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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

당신은 무슨 복이 많아 자식이 있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6.04
첨부파일0
조회수
1610
내용
2006.5 서울시 부모넷 원고

 

당신은 무슨 복이 많아 자식이 있소!

안희정

  • 부모부모교육 중에 부모들이 언제 기쁘고 언제 우울한 지를 알아보았다. 기쁠 때는 “아이가 스스로 자기 일을 잘할 때”, “가족이 함께 무언가를 했을 때”, “아이가 상을 받을 때”, “돈이 많이 생겼을 때”, “부부 사이가 좋을 때” 등이 나왔고 우울할 때는 “내 감정을 못 이겨 아이들을 혼내고 나서”, “아이가 말을 안들을 때”, “남편과 싸웠을 때”, “아이가 시험을 못 보았을 때”, “가족간에 대화가 잘 안될 때” 등이 나왔다. 70년대 이런 광고 문구가 있었다.


    “개구장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물론 그 시대는 자녀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이 부모의 화두였던 시대였고 지금도 그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단 지금의 부모는 육체적인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 관계의 건강, 영적 건강 등 건강의 종류를 더 세분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만큼 부모들의 교육 수준이 많이 올라갔고 경제적으로도 잘 살게 되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특수교육 연구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주로 자폐아, 정신지체와 발달장애 아이들이었다. 그 때 나는 심리검사 파트에서 일하면서 제일 어린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을 맡았었다. 한 아이는 5살 난 남자아이였는데 계속 박수를 치고 다녀서 손바닥에 굳은 살이 박힐 정도였고, 또 다른 아이는 4살 남자 아이로 양손으로 상대방을 꼬집고 다니는 자폐아였다. 물론 엄마 눈을 쳐다보며 “엄마”라는 말도 못했고 전혀 관계가 되지 않는 아이들이었다. 그 엄마들의 소원은 눈을 보며 “엄마”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고 했다. 그 엄마들이 수업 시간에 남몰래 눈물을 닦는 것을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6개월 정도 지나 그 곳을 다니는 모든 아이들에게 심리검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때 소견서에 7살 아이에게 “이 아이는 2살의 지능 발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런 문구를 쓰면서 나는 매번 가슴 아파했던 것을 기억한다. 공부를 잘 못해도 평균의 지능을 가지고 정상적인 발달을 하는 자녀를 키우고 있다면 정말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 곳에 입사하기 전에 영재 연구소라는 곳에 시험을 보았는데 떨어져서 이 곳을 가게 된 것이었다. 지금 내 인생을 돌이켜 보면 영재 연구소를 떨어진 것이 참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영재 연구소에 가서 영재들 교육하는 일을 했다면 내 딸은 지금쯤 머리카락을 움켜지며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영재도 아닌 아이를 영재로 만들려고 나 또한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 평범한 지능과 발달에 감사하는 엄마가 되었으니까 참 고마운 일이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는 소아암 환자를 위한 쉼터가 있다. 지방이 집인 아이들이 치료받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치료를 받는 기간동안 머물 수 있도록 마련한 곳이다. 특히 쉼터에는 병원 중환자실과 똑같이 모든 장비를 갖춘 곳이 있는데 이 방은 병이 아주 심한 아이들을 위한 곳이다. 대형병원은 입원기간에 한계가 있어 병세가 조금 나아졌거나 입원일 수가 넘으면 잠시 퇴원을 해야 하는 법칙이 있다고 한다. 물론 병세가 다시 심해지면 바로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을 할 수 있다. 작은 돈이나마 그 곳에 기부를 하려고 들렸던 어느 날 전화 한통이 왔다. 그 방에 있다가 조금 나아져서 부산으로 돌아간다고 아침에 인사하고 간 아이 부모였는데 기차역에서 아이가 갑자기 안 좋아져서 병원에 다시 입원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몇 시간을 내다 볼 수 없는 아이들이 있다. 후에 그 곳에 계신 분을 통해 그 아이가 하늘나라에 간 것을 듣게 되었다.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병마와 싸우고 있고 그의 부모들이 눈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나가고 있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문구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부모들이 있다.

    자녀가 정상적인 지능을 가졌고 건강한 신체 발달을 하고 있으며 큰 병으로 병원신세를 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하고 고마워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가끔 잊고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부터도. 몇 년 전 TV 프로그램에 시골에 살고 있는 80대 노부부가 나왔다. 어르신들은 돈이 생기면 그 돈을 장판 밑에 깔아놓고 모아 두었다. 장판을 벗겨보니 방바닥 전체가 돈이었다. 은행도 없는 시골이고 보니 그냥 그 곳에 돈을 모은 것이다. 그 때 할머니가 PD를 보고 말을 던졌다. “젊은 양반 자식이 있소?”, “네,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과 딸이 있어요”, “당신은 무슨 복이 많아 자식이 있소. 우리는 자식이 없소.” 어르신 사후에 장례와 산소 돌보기 등을 마을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내 마음에 새겨진 말 “당신은 무슨 복이 많아 자식이 있소”.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자식이 있어야 한다. 10명중 한 명이 불임이란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내 자식을 낳고 부모 역할을 하게 해 주는 자녀를 고맙게 생각한다. 무엇을 잘해서 기쁜 것보다 그저 내 자식으로 태어나 주어서 나와 함께 말을 하며 삶을 살게 되어서 그저 그것만으로
    기뻐하는 부모가 되자. 우리는 무슨 복이 많아 자식이 있어 부모가 되었을까? 평범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에 기뻐하고 감사하는 부모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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