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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

우울증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10.04
첨부파일0
조회수
1742
내용

우울증

    
                                 안 희정박사(안희정심리상담연구소 소장)


2010년 여름. 한 달 안에 비가 온 날이 20일이 넘었다. 나는 비가 오면 좀 우울해하고 어떤 때는 우울 분위기를 즐기며, 살아온 날을 회고하면서 조용하게 하루를 보낸다. 사람은 누구나 살다보면 우울한 일이 터지고 우울한 기분을 느끼게 되며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최근 한 연예인이 프로그램에서는 그렇게 밝은 사람인데 내면은 우울한 '가면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진단을 받고 이것이 무슨 큰 병인 것처럼 여기저기 신문과 방송에 회자가 된 적이 있었다. 집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우리는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밥을 먹으며 즐겁게 지낸다. 부모도 힘든 일이 있지만 이를 내색하지 않고 웃으며 아이들을 대한다. 이렇게 우리는 모두 내면에는 힘이 들더라도 겉으로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일상의 일을 하고 있고 웃으며 지내고 있다. 그래서 누구나 어느 정도의 가면성 우울이 있다. 그것이 바로 일상의 삶이다. 그러나 이런 것이 너무 오래 지속되고 실제로 내면의 문제가 많고 큰데도 없는 척하며 지내는 것은 심리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 자신의 힘으로 가족의 힘으로 견딜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울이 심해져 본인 혼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심한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울 상태를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대처이다.

어른의 우울도 심각하지만 아동 청소년의 우울도 점점 많아 지고 있다. 10% 정도의 학생들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보고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많은 학생들이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이 예측된다. 아이들의 문화가 그렇고 시대가 그렇게 만드는 것도 점차 많아 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 자녀도 우울한 상태가 아닌가 한 번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심리검사 결과를 보고 자녀가 우울증이라고 부모에게 말하면 부모가 오히려 울면서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학생 본인보다도 더 힘들어 하는 경우들이 있다. 청소년기가 힘든 시기라는 것을 알아주고 자녀를 지지해주며 격려하는 태도를 보이고 부부가 합심해서 자녀를 돌보아야 할텐데 오히려 부모가 더 화를 내고 우울해하는 것을 보면 내 마음이 안타깝다.

우울의 징후를 보면 잠을 많이 자거나 불면에 시달리고 혼자 우는 시간이 많고 집 밖에 나가지 않으며 집 안에서 오락을 하거나 PC방에 매달려 지내고 의욕이 전혀 없고 행동이 느리며 침체되어 있다. 이렇게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하루의 대부분 또는 거의 매일같이 뚜렷하게 저하되어 있다. 또한 거의 매일의 피로나 활력을 상실하고 초조해하며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를 호소한다. 우울이 약할 때는 최소한의 일상생활은 근근이 하고 있지만 극히 기계적이고 움직이는 데 상당한 노력이 든다. 매사를 귀찮아하고 무관심해지며 사람 만나는 것도 싫어하고 무기력해지며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 자살기도나 자살수행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청소년 우울은 밖으로 뚜렷한 증상 없이 더 활달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도 있다. 이점이 어른의 우울과 다른 점이다. 위의 징후중 몇 가지가 보이면 빨리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가 아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어린 초등학생 때부터 영어, 수학, 논술, 예·체능을 배우러 다니고 있고, 각종 특목고를 가고자 초등학생 때 부터 입시전쟁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고등학교에 가서는 대학을 가기 위해 3년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침부터 오후까지는 학교, 저녁에는 학원가를 전전해야 하는 이 시대에 우리 아이들이 점점 우울증이 많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시대적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예쁘고, 돈 많고, 성공하는 것을 지향하는 미디어의 편협한 인간상과 비교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너무 초라하다는 열등감을 가지게 되고 공부로 평가받는 학창시절에 공부를 못하면서 겪는 실패감. 자녀의 심리적 변화를 읽지 못하고 그저 다른 사람보다 앞서야 한다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부모의 강요.‘이렇게 평생 아무것도 잘 못하면서 살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이 모든 것의 영향을 받아 점차 삶의 의미를 상실해가며 그 결과 우울하고 무기력한 아동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울증을 정신적인 감기라고 표현할 만큼 우리는 우울을 자주 겪게 된다. 그러나 단순히 심리적인 감기로 치부하기에는 우울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울의 웅덩이가 깊을 수록 급기야는 자살을 선택하게 하는 것을 보면 우울증이 무서운 병임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유명 연예인들과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해서 베르테르 효과가 일어났었다. 심리적으로 약한 청소년들은 다른 사람의 것을 많이 모방할 수 있는 데 ‘저렇게 성공한 사람도 힘든 세상인데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허무감과 절망감이 들면 자신도 그와 같은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부모들은 자녀를 공부와 성공지향적이며 결과중심적인 사고로 몰아붙이지 말고 자녀를 끊임없이 격려하고 지지해 주며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찾아보며 자기에게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또한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부모에게 말해서 함께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든든한 부모가 있음을 일깨워 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 때 모든 일을 함께 뛰어다니며 아니 날아다니며 해결해 주는 헬리콥터형 부모가 되라는 것이 아니다. 결국 자녀가 그 문제를 선택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따뜻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정서적인 지지자가 되며 함께 웃고 놀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서 현재의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며 자녀를 응원해 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서적으로 튼튼한 부모-자녀 관계가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관계가 나쁘고 나올 태도가 뻔하다고 예측이 되면 자녀들은 자신의 고민을 절대 부모와 나누지 않는다. 부모가 심리적으로 약해서 자녀의 말을 듣고 울고불고 속상해할 것이 예상이 되면 이런 부모에게도 자녀들은 자신의 고민을 얘기할 수 없다.

자녀가 우울하고 삶의 의미를 못 느낄 때 자신감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해 주어야 한다. 때론 그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 부모가 여행을 함께 가거나 함께 운동도 하고 놀이를 하는 것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매일 뉴스를 보면 정말 우울한 일이 너무 자주 터진다. 경제는 매년 점점 어렵다고 느껴지고 살기가 정말 팍팍하다. 사기 치는 일은 또 얼마나 많은지 이러다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간의 믿음도 약해졌다. 급기야는 가족끼리 서로 헤치는 경우도 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이 있고 아낌없이 주는 자연은 다양한 색과 형태의 변화, 계절마다 피고 지는 여러 이름의 예쁜 꽃들은 우리에게 삶의 즐거움을 주고 있다. 나보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겸손함을 배우게 된다. 내일은 오늘과 다를 것이라는 소망, 잘 살아나갈 것이라는 믿음,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며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자녀에게 잘 심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우울이라는 친구가 왔을 때 반갑게 "왔구나" 하며 또 이겨낼 수 있는거다. 어차피 삶을 살아가다보면 우울은 어느 때에든 만날 수 있는 또하나의 나이기 때문이다. 깊은 우울로 이어지기 전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든지 끈끈한 친구나 지인들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우울한 시대다 자신의 정서적 관리를 잘 해서 이 시대를 잘 이겨나가야 한다.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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