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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

집 나가고 싶어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6.04
첨부파일0
조회수
1819
내용

집 나가고 싶어요


안 희정박사

 

어른들이 아직도 아이들에게 많이 쓰는 장난섞인 말 중에 "너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 "너네 엄마 아빠 따로 있어"라는 말이 있다. 나 역시 유치원 나이에 이런 말을 들었던 것 같고 이것으로 부모님이 혼을 내면 '그래 나는 주워 와서 그런가?'라는 생각을 잠시 한 적도 있다. 그래도 나는 생김새가 엄마와 아빠를 닮은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이 생각이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어른들이 이렇게 무심히 한 말을 듣고 진짜인가 고민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특히 어릴 때 하는 말들로.

어떤 초등학생이 이 말이 진짜라고 생각하고 부모 찾아 집을 나간다는 편지를 써 놓고 가출을 한 경우가 있었다. 다행히 빨리 자녀를 찾았는데 집나간 이유가 "집안 식구들이 모이면 너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너네 엄마 지금 어디에 있다더라."라는 말을 진짜로 듣고 친엄마 찾아 집을 나갔다고 한다.

 

이런 말 때문은 아니지만, 가출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나이도 더 어려지고. 예전에는 집 나가면 잘 때도 없었는데 지금은 갈 곳도 잘 곳도 많다. PC방이나 노래방에서 놀고 찜질방에서 잠자고 쉼터에서 생활할 수도 있다. 인터넷에서 만나 함께 가출하자는 사람들도 있어 호기심이나 가정불화가 있는 아이들이 집을 나간다.

 

한국청소년상담원에서 아침에 전화 상담을 할 때, 숨도 못 쉬고 놀란 가슴을 안고 아침 일찍 전화상담을 하는 부모들이 있다. 바로 전날 밤 자녀가 집에 안 들어와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가출한 자녀의 부모들이다. 이제나 저제나 들어올까 잠도 못자고 밤새 기다렸는데 끝내 새벽이 지나고 아침을 맞이한 것이다. 아침 9시가 되자마자 누군가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싶어서 출근 시간에 맞추어 전화를 한 엄마들이다.

 

"내 딸이 집을 나갔어요. 아직 중학생인데. 무슨 일을 당한 것은 아닌 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어제 혼을 좀 냈는데 아이가 짐을 싸서 집을 나간 것 같아요. 경찰서에 신고를 했는데…"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가출을 하는가를 알아보자. 집을 탈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출을 선택하는 아이들이 있다. "집이 너무 답답해요.", "부모님이 너무 싸우셔서 있기가 싫어요.", "학교 가기 싫어요.", "한 번 편하게 놀고 싶어서 집을 나왔어요."라고 말한다. 정말 단순한 이유로 가출을 선택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데 이 한 번의 가출에 너무 많은 상처를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 가슴을 아프게 한다. 나쁜 어른들에게 꾀여서 성폭행도 당하고 갖은 인격적인 모독을 경험하며 엄청난 댓가를 치루고 살아가는 아이들도 있다. '어쩜 저렇게 단순하게 그 사람을 따라갔을까?','도대체 무엇을 믿고 집을 나가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부모가 화가 나서 그냥 한 말이라도 "너 그렇게 하려면 내 눈 앞에서 꺼져!", "나가서 혼자 살아봐라. 세상이 얼마나 힘든지." 등 "나가라"라는 말을 절대하지 말아야 한다. 예전 70,80년대 같으면 그렇게 혼나고 나가라는 말을 들어도 집을 안 나갔다면, 요즘 아이들은 "그래, 엄마가 집 나가라고 했으니까! 나 나간다"식이다. 집나가서 고생해봐야 집 소중한 줄 안다는 것이지만 집 밖 세상이 너무 아이들에게 안전하지 못한 곳이 많다. 아무런 정보도 없고 서로 알지도 못하는데 인터넷 가출 사이트에서 만나 함께 가출하는 세상이니 말이다.

 

집이 답답해서 가출한 자녀를 찾아 헤맨 부모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온 자녀의 경험에 목이 메이고 울분이 올라오지만 억지로 참고 있으며 너무 많은 것을 배웠노라고 말한다. 자녀가 내 삶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게 되었다는 부모도 있다. 때론 일이 너무 바쁘다고 돈을 벌기위해 피곤해서 대화도 하지 못하고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너무 몰랐다고 뒤 늦은 후회를 한다.

 

어떤 조사를 보니 청소년기에 70% 이상의 아이들이 가출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 자녀도 집이 답답해서 혹시 나가고 싶은 것은 아닌지 민감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가출하기 전 아이들이 은근히 보이는 전조신호들이 있다. 예를 들면 집이 답답하다는 소리를 자주 한다던지, 학교 가기 싫다고 말하고 학교를 자주 빠지는 가하면 가끔 가방을 싸고, 귀가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이런 모습을 보이면 가출 신호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오늘도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고 집나가고 싶은 우리 자녀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내 자녀는 어떤가?' 살펴보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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