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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

비행하는 아이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2.05
첨부파일0
조회수
1568
내용

비행하는 아이들


                                                                                                                안 희정

상담을 하면서 제일 힘든 경우는 비행을 하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타인을 신뢰하지 않고 마음 문을 잘 안 열어서 상담관계를 형성하기도 어렵다. 또한 인내를 가지고 변화하려는 의지보다는 상담도 하기 싫어하고 변화해서 다르게 살아봐야겠다는 의지도 낮아 상담효과를 많이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비행은 더 나빠지기 전에 초기에 잡아야 한다.

1998년 한국청소년상담원 재직시 비행에서 벗어난 아이들을 면접해서 성공요인을 찾는 '탈비행 프로젝트'를 맡은 적이 있다. 연구차 비행에서 벗어난 아이들을 전국을 다니며 심층면접을 했는데 그 때 내가 면접한 아이들 중에 집에서 가출하고 안 해 본 고생 없이 힘들게 산 고등학생이 있었다. 부모는 어렸을 때 이혼하고 쭉 아버지와 함께 살다가 아버지가 재혼하고 새엄마가 들어왔다. 그 후 부모님과 사이가 더 나빠져 결국 가출을 했고 몇 년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 “왜 돌아왔니! 우린 너 같은 자식없다”라며 더 야단을 쳐서 그 길로 집을 다시 나와 지금은 쉼터에서 살고 있는 학생이었다.

이 학생이 나에게 묻는다. “선생님,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살이야. 그게 왜 궁금한데?”, “선생님보다 내가 훨씬 어리지만 인생의 쓴 맛은 내가 훨씬 더 많이 보았을 거예요!”,“그럴 것 같아. 그런데 어떻게 비행에서 벗어났니?”, “고생을 많이 했어요. 안 해본 것 없이. 그러다 이곳에 오면 고등학교를 다시 보내준다고 해서 왔어요. 내 부모도 나를 위해 돈을 안 쓰고 아까워하는 데 이곳에서는 공부를 시켜줘요. 그리고 선생님들이 저를 많이 아껴주세요. 어쩌다 한 번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많이 올렸더니 그 때 학교 선생님들이 제 이름을 아시는 거예요. 그리고 관심도 많이 가져주시고. 앞으로도 잘하라고 해 주셔서 그래서 마음을 바꾸었어요. 공부를 해 보자고요. 공고라 졸업하면 돈을 벌 수 있어요. 일요일에는 성당도 나가요. 교우 분들이 저를 좋아해 주세요. 이렇게 착한 사람들 속에 있으니 저도 착하게 되던데요”라고 말을 하면서 크게 미소 짓는다. “그래 참 잘했구나, 정말 잘했어. 네 꿈을 꼭 이루기를 바랄께”라는 말을 하고 헤어졌다. 이 학생의 성공요인은 자신이 마음을 바꾼 것, 공부를 하려는 의지, 주변의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 그리고 구조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준 시스템이었다.

청소년 비행이라는 용어는 18세 이하 청소년들의 법률적 위반을 의미하고 청소년들이 법적기록에 범법자로 분류되는 오명과 낙인을 피하고 미성년자들을 구별하여 성인 범죄자들과는 다른 처우를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적인 용어이다.

비행의 요인으로 사회적 요인은 사회 경제적 지위와 계층 간의 위화감, 문화와 대중매체 속의 폭력, 알코올이나 약물 사용, 또래 집단에의 참여와 그 영향력, 이웃과 지역 사회의 영향, 문화적 변화, 학교, 가족 문제 등이 있다. 심리적 요인으로는 사회에 반항적이며 권위에 대해 양가 감정이 있고 작은 일에도 쉽게 분노하며 적대적이고 자기 통제력이 부족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이 비행에 쉽게 빠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비행을 결정짓는 성격요인의 형성은 전반적으로 가정환경에 의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모와의 관계는 특히 성격형성과 자아의 강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법무연수원에서 소년원 선생님들께 상담의 이론과 실제에 대해 강의할 때 만난 한 아주머니가 이런 말을 한다. 이분은 주방에서 아이들에게 밥을 해 주는 분인데 밥과 반찬을 덜어주면서 마음으로 이런 기도를 한다고 한다. ‘다음에는 이런 곳에 들어오지 말고 사회에서 밥 먹어라’ . 소년원에 계신 선생님들도 아이들과 상담을 해 보면 가슴 아픈 사연이 너무 많다고 한다. 물론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사람을 때리고 훔치고 하는 일들은 정말 나쁜 일이지만 가정불화가 불씨가 되어서 여기까지 온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이도 그렇지만 비행을 저지르고 소년원까지 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는 두 발 뻗고 잠을 자겠는가? 그 부모의 가슴에 한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이며 눈물이 마를 날이 있겠나 싶다.

소년원(지금은 학교라고 함)의 신규 교사로 발령을 받고 교육을 받고 있는 한 남자 선생님이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조금 무서웠는데 몇 개월 함께 살다보니 이 아이들도 해맑은 청소년 이라는 사실을 알았어요. 지금은 아이들이 귀엽답니다. 사회로 돌아가서 잘 살기를 바라며 열심히 공부도 생활도 가르치고 있어요”한다. 그 말에 나도 힘을 받아 더 열심히 상담에 대해 강의했다.

비행은 조기에 예방하여야 하고 지역사회와 또래 그룹, 학교, 가족, 개인적 특성을 고려한 체제접근으로 도와야 한다. 위험요인인 가난, 약물남용, 높은 범죄율, 폭력에 관련된 친구들, 초기 학습 실패, 학교 참여 부족, 가족 갈등, 아동학대, 부모의 거부, 개인의 충동조절 등을 줄이고 보호요인인 건강한 사회, 학생복지, 건전한 친구관계, 교사와의 유대, 학교 참여, 가족의 화목, 긍정적 태도,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

내 자녀 소중하면 남의 자녀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비행을 예방하는데 우리 부모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사회는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몇 년 전 자신의 가정은 매일 부모가 싸우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데 같이 엘리베이터를 탄 여학생은 행복해 보여서 끔찍한 일을 저지른 학생이 있었다. 이렇게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큰일을 저지른 사람들이 신문에 오르락내리락 한다. 사랑에 굶주린 아이들을 더 껴안는 우리가 학교가 이 사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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